최신판례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내용이 기재된 피의자신문조서에 관하여 증거동의한 경우 그 중 일부만을 발췌하여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지 여부

김변호사
2024-05-07
조회수 190


안녕하세요. 대구 여성변호사 김상화입니다.


성범죄 사건을 심리할 때 '성인지적 관점'의 의미와 한계에 관한 주목할 만한 대법원 판결이 나와 아래와 같이 소개합니다[대법원 2024. 1. 4.선고 2023도13081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레법위반(공중밀집장소에서의추행)].


다만 이 판결에서 쟁점사항이 많아서 여러 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오늘은 그 네번째 쟁점인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내용이 기재된 피의자신문조서에 관하여 증거동의한 경우 그 중 일부만을 발췌하여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지 여부」에 관하여 대법원 판결을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전체적인 진행경과]


피고인 :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공중밀집장소에서의추행)으로 기소됨

1심 : 유죄 (서울동부지방법원 2022. 10. 20.선고 2022고정190 판결)

피고인이 불복하여 항소함.

항소심(원심) :항소 기각( 서울동부지방법원 2022노1401 판결)

피고인이 불복하여 상고함

대법원 : 무죄 취지로 유죄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환송함.


[사실관계]


피고인은 자폐성 장애 등으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다음과 같이 범행하였습니다.


피고인은 2021. 6. 24. 23:15경 부산도시철도 1호선 서면역에서 다대포 해수욕장역으로 운행 중인( 전동차번호 생략)호 전동차에서, 피해자 공소외인(여, 19세)의 옆 자리에 앉아 피해자의 왼팔 상박 맨살에 자신의 오른팔 상박 맨살을 비비고, 피해자가 이를 피해 옆 좌석으로 이동하자 재차 피해자의 옆 자리로 이동하여 위와 같은 방법으로 대중교통수단인 전동차에서 피해자를 추행하였습니다.



[원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① 피고인의 지하철 내에서의 이동경로 및 신체적 접촉 정도 등에 관한 피해자 및 목격자의 진술 내용을 고려하면, 피고인 측이 제출한 소견서 등만으로는 자폐성 장애에 따른 '상동행동'으로서 추행의 고의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제1심 판결의 이유를 인용하면서, 


② 피고인이 자폐성 장애 및 2급 지적장애인으로서 언어·사회성 등의 발달이 지연되어 사회적 관습과 규칙을 이해하고 내면화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2016년 실시된 피고인에 대한 심리 평가결과와 수사과정에서의 일부 질문에 대한 답변 내용에 비추어, 피고인의 지적 또는 의지적 상태가 자신이 한 행동의 사회적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의 상태에 해당한다고 볼 정도는 아닌 점, 


③ 피고인이 피해자의 맞은편에 앉아 있다가 피해자 옆으로 옮겨 앉은 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한 점에 비추어 자폐성 장애로 인한 상동행동에 기인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추가적인 이유로 하여, 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원심판결(항소판결)에 불복하여 피고인이 상고를 하였습니다.


[대법원]


1.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내용이 기재된 피의자신문조서에 관하여 증거동의한 경우 그 중 일부만을 발췌하여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지 여부


형사소송법은 형사사건의 실체에 대한 유죄·무죄의 심증 형성은 법정에서의 심리에 의하여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의 한 요소로서,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을 수 있고 증명 대상이 되는 사실과 가장 가까운 원본 증거를 재판의 기초로 삼아야 하며 원본 증거의 대체물 사용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법관이 법정에서 직접 원본 증거를 조사하는 방법을 통하여 사건에 대한 신선하고 정확한 심증을 형성할 수 있고 피고인에게 원본 증거에 관한 직접적인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 공정한 재판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수사기관이 작성한 진술조서는 수사기관이 피조사자에 대하여 상당한 시간에 걸쳐 이루어진 문답 과정을 그대로 옮긴 '녹취록'과는 달리 수사기관의 관점에서 조사결과를 요약·정리하여 기재한 것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진술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진술 경위는 물론 피조사자의 진술 당시 모습·태도, 진술의 뉘앙스, 지적능력· 판단능력 등과 같은 피조사자의 상태 등을 정확히 반영할 수 없는 본질적 한계가 있다.


따라서 피고인이 수사과정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하였고 그 내용이 기재된 피의자 신문조서 등에 관하여 증거동의를 한 경우에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증거능력 자체가 부인되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 내용이나 진술의 맥락· 취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그 중 일부만을 발췌하여유죄의 증거로 사용하는 것은 함부로 허용할 수 없다.


특히 지적능력· 판단능력 등과 같이 본질적으로 수사기관이 작성한 진술조서에 나타나기 어려운 피고인의 상태에 대해서는 공판중심주의 및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원칙에 따라 검사가 제출한 객관적인 증거에 대하여 적법한 증거조사를 거친 후 이를 인정하여야 할 것이지,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취지의 피고인의 진술이 기재된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를 근거로 이를 인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2.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 피고인이 일관되게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내용의 경찰 작성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동의를 하였기에 증거능력 자체는 인정되지만, 원심이 그 중 일부 내용만을 근거로 피고인의 진술태도나 지적상태· 인지능력 등과 같은 피고인의 상태를 추단한 후 이를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유죄의 증거로 사용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가) 피고인에 대한 경찰 작성  피의자신문조서는 약 10면 분량으로 1면당 3~4개의 질문에 대한 답변만이 간략히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작성한 조서의 속성상 피고인과 수사기관 사이의 문답 과정 그대로 기재된 것이 아니라 수사기관의 관점에서 피고인에 대한 조사결과를 요약 · 정리하여 기재한 것에 불과하다는 한계가 있다.


'수사과정확인서'의 기재 내용에 따르면, 피고인에 대한 조사는 그 시작부터 조서확인 완료에 이르기까지 약 1시간 30분이 소요되었는 바, 이는 피의자신문조서의 분량이나 내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답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데, 


피의자가 일관되게 혐의사실을 부인하는 취지에서 수사기관의 조사에 응하는 가운데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전체적인 내용이나 진술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그 중 일부만을 발췌하여 유죄의 증거로 사용하는 것은 함부로 허용될 수 없다.


나) 피고인에 대한 경찰 작성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의 진술 모습· 표정· 태도 및 진술의 뉘앙스, 피고인의 지적능력· 판단능력 등과 같은 피고인의 상태나 조사 당시 상황 등을 정확히 반영할 수 없다는 점에서도 그 한계가 뚜렷하고, 특히 이 사건의 경우처럼 지적장애인의 지적능력· 판단능력 등 지적장애 상태와 의지적 상태 및 그것들과 범행 당시 행위와의 관련성에 대한 평가가 중요한 사안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경우 검사가 제출한 객관적인 증거에 대하여 적법한 증거조사를 거친 후 이를 판단하여야 할 것임에도, 


검사가 이를 뒷받침할 별다른 증거를 제출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취지의 피고인읜 일관된 진술이 기재된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 내용만을  근거로 장애 정도 등 피고인의 상태를 추단한 후 이를 유죄의 근거로 삼는 것은 공판중심주의 및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원칙에 반하는 것임은 물론 장애인의 지적능력· 판단능력 등에 관하여 전문가의 진단이나 감정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비장애인의 관점에서 함부로 재단하고 평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피고인을 불리하게 취급하는 것이 되므로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는 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자폐성 장애 및 지적장애인의 정형적 행태와 관련된 행위의 추행성 여부에 대하여 논리와 경헙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성폭력처벌법 제11조에서 정한 추행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고 판단하여 유죄로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환송하였습니다.


[결론]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내용이 기재된 피의자신문조서에 관하여 증거동의한 경우 그 중 일부만을 발췌하여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지 여부에 대하여 대법원은 공판중심주의 및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원칙에 반하므로 함부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참고조문]


● 성폭력범죄의처벌에관한특례법

제11조(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 대중교통수단, 공연ㆍ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公衆)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참고판례]

● 대법원 2024. 1. 4.선고 2023도13081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