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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혼 관계가 해소되었음을 원인으로 한 재산분할 청구를 기각한 사례

김변호사
2023-03-07
조회수 2051


사회의 다양한 변화에 따라 동거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보다 자유로운 삶을 살기 위해 결혼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결혼에 따르는 경제적 비용 문제로 인하여 동거를 하는 경우도 있는 등 동거를 하는 이유도 다양합니다.


결혼을 하면 동거를 더 이상 하지 않으려면 이혼을 하는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해서 번거로우나, 동거만 하는 경우에는 헤어지기만 하면 되어서 비교적 편리해보입니다.


동거를 하는 당사자들의 입장이 헤어지는 것으로 일치되면 둘 사이의 정리와 같이 살던 집에서 나오는 것으로 법적인 절차없이 종료가 되어 편하지만, 양 당사자의 입장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복잡한 문제가 됩니다.


즉 동거기간 동안 모은 재산을 나누자고 하는 사실혼 해소를 이유로 한 재산분할심판청구, 동거하는 기간 동안 당사자 일방이 제3자와 불륜행위를 하는 경우 사실혼 해소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 등을 제기해야 합니다.


그런데, 혼인신고를 한 경우에는 혼인하였다는 것을 입증할 필요가 없으나, 동거를 한 경우에는 동거가 단순한 연인사이에 불과했던 것인지, 아니면 사실혼인지부터 먼저 증명을 하여야 재산분할심판청구, 제3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사실혼관계는 혼인신고만 하지 않았을 뿐 혼인의사와 혼인의 외양을 모두 갖추고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즉 ① 주관적으로 혼인의 의사가 있고, 또 ② 객관적으로는 사회통념상 가족질서의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실체가 있는 경우에 성립합니다.


사실혼과 법률혼에 있어서의 가장 큰 차이는 사실혼은 혼인신고를 전제로 하는 법률효과에서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즉 혼인신고를 전제로 하지 않는 사실혼 해소를 이유로 하는 재산분할 심판, 사실혼 배우자와 불륜행위를 하여 사실혼관계를 부당하게 파탄시킨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가능하나, 혼인신고를 전제로 하는 ‘상속’에 있어서 배우자는 법률혼의 배우자만을 뜻합니다.


그러나 연금과 보험에서는 사실혼 배우자를 법률상 배우자와 같이 취급하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48조는 유족보상의 순위를 정하면서 근로자의 배우자에 ‘사실혼관계에 있던 자’를 포함시키고 있고, 공무원연금법, 군인연금법,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 선원법 시행령,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도 유족인 배우자에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던 자’를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9조는 ① 임차권의 승계권자에 임차인이 상속인 없이 사망한 경우 그 주택에 서 가정공동생활을 하고 있는 ‘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자’를 승계권자로 인정하고 있고, ② 상속인이 있어도 그 주택에서 공동생활을 하지 않고 있는 경우에는 그 주택에서 가정공동생활을 하는 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자와 2촌 이내의 친족이 공동으로 임차인의 권리와 의무를 승계한다고 규정을 하여, 일정한 조건하에서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자’를 승계권자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아래의 사안은 2023. 2. 19. 부산가정법원의 주요판결(사실혼관계 해소를 이유로 한 재산분할심판청구)인데, 사실혼 인정기준을 볼 수 있으므로 참고하시라는 의미에서 소개합니다.


[사실관계]


A(남)는 C(여)와 혼인하여 자녀를 두었는데, 혼인 기간 중 직장에서 B(여)를 만나 연인관계로 발전하였습니다.

C(여)의 소제기로 A(남)과 C(여)는 이혼하고, A와 B는 부정행위로 인해 위자료 지급의무를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A(남)는 B(여)를 상대로 동거기간 사실혼 관계에 있었으므로 그 기간 형성된 재산의 50%를 분할하라고 주장하며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사정을 근거로 A(남), B(여)가 단순히 동거를 하거나 간헐적으로 정교관계를 맺는 것을 넘어 ① 사회관념상 부부라고 인정되는 정신적, 육체적 결합을 생기게 할 의로서의 혼인 의사의 합치를 이루었다거나 ② 가족질서적인 면에서의 부부공동생활의 실체를 형성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A(남)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이유]


부산가정법원은 사실혼 관계를 사회관념상 부부라고 보기 어렵거나 가족질서적인 면에서의 부부공동생활의 실체를 인정할 수 없어 사실혼 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다음과 같은 증거를 설시하였습니다.


A(남), B(여)가 동거관계를 넘어 혼인의 의사로 양가 소개, 상견례, 결혼식, 신혼여행 등 가족공동체를 꾸리는 절차를 거친 바 없고, 동거기간 중 혼인신고에 관한 논의를 하거나 결혼 및 혼인생활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사정이 없었습니다.


A(남), B(여)의 부정행위로 인해 A(남)이 기존의 가족들과 거주하던 집에서 급하게 나오게 되면서 B(여)와 동거하게 된 것으로 보일 뿐, 혼인의 의사로 동거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주민등록을 함께 한 사실도 없었습니다.


서로의 가족들에게 상대방을 배우자로 소개하거나, 명절이나 가족행사 등에 참석한 사실이 없고, 서로의 친인척 및 지인들과 배우자 위치에서 교류하고 있다거나 친인척 및 지인들이 이들을 부부관계로 파악하고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었습니다.


동거기간 서로의 채무를 대신 변제해주거나 금원을 지급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서로의 재산을 부부공동재산으로서 관리하는 등 경제적인 공동체를 이루어 생활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습니다.


[결론]


사실혼 관계를 인정받으려면 단순히 동거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혼인의 의사로 인정되는 상견레, 신혼여행 등 가족공동체를 꾸리는 절차가 있어야 하고, 명절, 가족행사 등에 서로를 배우자로 소개하는 등 가족질서관계에서도 부부관계로 인정할 만한 실체가 있어야 인정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