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하여야 하는데, 이 때 폭행 또는 협박의 정도는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를 의미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강제추행의 폭행 또는 협박의 정도는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력할 것이 요구되지 아니하고, 상대방의 신체에 대하여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폭행)하거나 일반적으로 보아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협박)하는 것'이라고 판시하고, 종전의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판단한 대법원 판결들은 모두 변경하였습니다.
아래에서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의 정도를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력할 것이 요구되지 않는 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소개합니다[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 .
[사실관계]
피고인은 2014. 8월경 피고인의 주거지 방안에서 4촌 친족관계인 피해자(여, 15세)에게 "내 것 좀 만져줄 수 있느냐?" 며 피해자의 왼손을 잡아 피고인의 성기쪽으로 끌어당겼으나 피해자가 이를 거부하며 일어나 집에 가겠다고 하자,
"한 번만 안아줄 수 있느냐"며 피해자를 양팔로 끌어안은 다음 피해자를 침대에 쓰러트려 피해자 위에 올라타 반항하지 못하게 한 후, 피해자에게 "가슴을 만져도 되느냐?" 며 피고인의 오른손을 피해자의 상의 티셔츠 속으로 집어넣어 속옷을 걷어 올려 왼쪽 가슴을 약 30초 동안 만지고 피해자를 끌어안고 자세를 바꾸어 피해자가 피고인의 몸에 수차례 닿게 하였으며,
"이러면 안 된다. 이러면 큰 일 난다.'며 팔을 풀어줄 것을 요구하고 방문을 나가려는 피해자를 뒤따라가 약 1분 동안 끌어안아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한 사안으로 성폭력처벌법 위반죄(주위적 공소사실)로 기소하였습니다[예비적 공소사실로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위계등추행) 기소하였습니다].
[원심]
「 피고인이 한 "만져달라", "안아봐도 되냐"는 등의 말은 객관적으로 피해자에게 아무런 저항을 할 수 없을 정도의 공포심을 느끼게 하는 말이라고 볼 수 어렵다. 피고인이 위와 같은 말을 하면서 피해자를 침대에 눕히거나 양팔로 끌어안은 행위 등을 할 때 피해자가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어서 피고인의 물리적인 힘의 행사정도가 피해자의 저항을 곤란하게 할 정도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는 사정을 들어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주위적 공소사실인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친족관계에의한강제추행)을 무죄로 판단하고, 아동· 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위계등추행)죄를 인정하여 유죄로 판결하였습니다.
피고인과 군검사 모두 판결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를 하였습니다.
[대법원]
1.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에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일 것이 요구되는지 여부
가. 대법원은 「 종전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에 관하여 이를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① 폭행행위 자체가 곧바로 추행에 해당하는 경우(이른바 기습추행형)에는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고 판시하는 한편, ② 폭행 또는 협박이 추행보다 시간적으로 앞서 그 수단으로 행해진 경우(이른바 폭행 ·협박 선행형)에는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는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이 요구된다고 판시하여 왔습니다(대법원 2011도8805 판결 등, 이하 폭행·협박 선행형 관련 판례 법리를 '종래의 판례 법리').
대법원은 본 전합판결에서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이 추행보다 시간적으로 앞서 그 수단으로 행해진 경우(이른바 폭행 ·협박 선행형)의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를 아래의 강제추행죄의 범죄구성요건과 보호법익, 종래의 판례 법리의 문제점, 성폭력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 판례 법리와 재판 실무의 변화에 따라 해석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성 등에 비추어 다시 정의하였습니다.
① 강제추행죄는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법익으로 하는데, '강제추행'에서 '강제'의 사전적 의미는 '권력이나 위력으로 남의 자유의사를 억눌러 원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시키는 것'으로서, 반드시 상대방의 항거가 곤란할 것을 전제로 한다고 볼 수 없고, 폭행·협박을 수단으로 또는 폭행·협박의 방법으로 동의하지 않는 상대방에 대하여 추행을 하는 경우 그러한 강제성은 구현된다고 보아야 한다.
②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인격권 및 행복추구권은 자기운명결정권을 전제로 하고, 그에 파생되는 성적 자기결정권은 개인의 인격과 불가분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 등을 바탕으로 사회공동체 안에서 각자가 독자적으로 성적 관념을 확립하고 이에 따라 사생활 영역에서 자기 스스로 내린 성적 결정에 따라 자기 책임 하에 상대방을 선택하고 성적 행위를 할 권리로 이해된다[헌법재판소 2002.10.31. 선고 99헌바40, 2002헌바50(병합) 결정, 헌법재판소 2006. 12. 28. 선고 2005헌바85 결정 등 참조].
여기에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성적 행위를 결정할 권리라는 적극적 측면과 함께 원하지 않는 성적 행위를 거부할 권리라는 소극적 측면이 함께 존재하는데, 강제추행죄를 비롯한 강간과 추행의 죄는 소극적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5도943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원하지 않는 성적 행위를 폭행·협박을 수단으로 또는 폭행·협박의 방법으로 하는 경우 그로써 강제추행죄의 보호법익인 소극적 성적 자기결정권은 침해된다.
③ 그런데 종래의 판례 법리는 피해자의 '항거곤란'을 요구하는 것으로 여전히 피해자에게 '정조'를 수호하는 태도를 요구하는 입장을 전제하고 있다고 볼 수 있고, 개인의 성적 자유 내지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현행법의 해석으로 더 이상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④ 또한 강제추행죄에서 '폭행 또는 협박'은 형법상 폭행죄 또는 협박죄에서 정한 '폭행 또는 협박'을 의미하는 것으로 분명히 정의되어야 하고,이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은 판례 법리와 재판 실무의 변화에 비추어 볼 때 법적 안정성 및 판결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하여도 필요하다.
즉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의 폭행·협박의 내용만으로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는다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피해자에게 미칠 수 있는 심리적 압박의 내용과 정도 등을 포함한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였으며(대법원 2006도5979 판결, 대법원 2022. 8. 19. 선고 2021도3451 판결 등 참조),
⑤ 근래의 재판 실무는 종래의 판례의 법리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의 행위가 폭행죄에서 정한 폭행이나 협박죄에서 정한 협박의 정도에 이르렀다면 사실상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라고 해석하는 방향으로 변화하여 왔다.
이러한 법원의 판례와 재판 실무는 강제추행죄의 보호법익의 변화를 반영함과 아울러, 종래의 판례 법리에 따른 현실의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자칫 성폭력범죄의 피해자에게 이른바 '피해자다움'을 요구하거나 2차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문제 인식을 토대로 형평과 정의에 합당한 형사재판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은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력할 것이 요구되지 아니하고, 상대방의 신체에 대하여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폭행)하거나 일반적으로 보아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협박)하는 것이라고 다시 정의하였습니다.
나. 어떠한 행위가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에 해당하는 지 여부는 행위의 목적과 의도, 구체적인 행위태양과 내용, 행위의 경위와 행위 당시의 정황, 행위자와 상대방과의 관계, 그 행위가 상대방에게 주는 고통의 유무와 정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 이와 달리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이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일 것을 요한다고 본 대법원 2017. 7. 26.선고 2011도8805 판결을 비롯하여 같은 취지의 종전 대법원판결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고 선고하였습니다.
2. 이 사안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여 「 ① 피고인은 피해자와 4촌 친족관계로 2014. 8.경 피고인의 주거지 방안에서 피해자의 학교 과제를 도와주고 있었다.
②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 내 것 좀 만져줄 수 있느냐?"고 물어 보았고, 피해자가 잘 못 들은 줄 알고 다시 말해보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자, 피해자의 왼손을 잡아 피고인의 성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③ 피해자가 이를 거부하며 일어나 집에 가겠다고 하자, 피고인은 "한 번만 안아줄 수 있느냐?"고 말하면서 곧바로 피해자를 양팔로 끌어안았고, 피해자가 뒷걸음질 치다가 침대에 넘어지자 피해자 위로 같이 넘어졌다.
④ 피고인은 침대에서 피해자의 위에 올라타 "가슴을 만져도 죄느냐?'고 물어 보았는데, 피해자가 겁이 나서 대답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자, 피고인은 오른손을 피해자의 상의 티셔츠 속으로 집어넣어 속옷을 걷어 올리고 피해자의 왼쪽 가슴을 약 30초 동안 만졌고 피해자를 끌어안고 자세를 바꾸어 피해자가 피고인의 몸에 수차례 닿게 하였다.
⑤ 피고인은 "이러면 안 된다. 이러면 큰일 난다."고 하며 팔을 풀어줄 것을 요구하고 방문을 나가려는 피해자를 뒤따라가 30초 이상 끌어안았다.
⑥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제1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제가 막상 그런 일을 경험하니까 진짜 말이 탁 안 나왔습니다. 옆방에 누가 있다는 것도 생각이 들지 않았고, 이제 무서워서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소리치거나 반항의 기미를 보이면 큰 일 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빠랑 성관계까지 할 거 같아서 무서웠습니다."라고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을 인정하면서,
앞서 본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에 관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건대, 「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은 방안에서 피해자의 숙제를 도와주던 중 피해자의 왼손을 잡아 자신의 성기 쪽으로 끌어당겼고, 이를 거부하고 자리를 이탈하려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피해자를 끌어안은 다음 침대로 넘어져 피해자의 위에 올라탄 후 피해자의 가슴을 만졌으며, 방문을 나가려는 피해자를 뒤따라가 끌어안았는 바,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신체에 대하여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여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것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주위적 공소사실인 성폭력처벌법 위반(친족관계에의한강제추행) 부분에 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한 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강제추행죄의 폭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고 판시하며,
다수의견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원심법원(고등군사법원)과 동등한 관할 법원인 서울고등법원에 이송하였습니다.
[결론]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인 폭행 또는 협박이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력할 것이 요구되지 아니하고, '상대방의 신체에 대하여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폭행)하거나 일반적으로 보아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협박)하는 것'으로 변경되어, 강제추행죄의 인정이 기존보다 강제추행죄의 피해자 보호에 더 충실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조문]
●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제5조(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 ② 친족관계인 사람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제추행한 경우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
● 아동· 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제7조(아동·청소년에 대한 강간·강제추행 등) ③ 아동· 청소년에 대하여 「형법」 제298조의 죄를 범한 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⑤ 위계(僞計) 또는 위력으로써 아동· 청소년을 간음하거나 아동· 청소년을 추행한 자는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예에 따른다. |
● 형법
제298조(강제추행)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참고판례]
● 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친족관계에의한강제추행) 판결
강제추행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하여야 하는데, 이 때 폭행 또는 협박의 정도는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를 의미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강제추행의 폭행 또는 협박의 정도는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력할 것이 요구되지 아니하고, 상대방의 신체에 대하여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폭행)하거나 일반적으로 보아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협박)하는 것'이라고 판시하고, 종전의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판단한 대법원 판결들은 모두 변경하였습니다.
아래에서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의 정도를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력할 것이 요구되지 않는 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소개합니다[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 .
[사실관계]
피고인은 2014. 8월경 피고인의 주거지 방안에서 4촌 친족관계인 피해자(여, 15세)에게 "내 것 좀 만져줄 수 있느냐?" 며 피해자의 왼손을 잡아 피고인의 성기쪽으로 끌어당겼으나 피해자가 이를 거부하며 일어나 집에 가겠다고 하자,
"한 번만 안아줄 수 있느냐"며 피해자를 양팔로 끌어안은 다음 피해자를 침대에 쓰러트려 피해자 위에 올라타 반항하지 못하게 한 후, 피해자에게 "가슴을 만져도 되느냐?" 며 피고인의 오른손을 피해자의 상의 티셔츠 속으로 집어넣어 속옷을 걷어 올려 왼쪽 가슴을 약 30초 동안 만지고 피해자를 끌어안고 자세를 바꾸어 피해자가 피고인의 몸에 수차례 닿게 하였으며,
"이러면 안 된다. 이러면 큰 일 난다.'며 팔을 풀어줄 것을 요구하고 방문을 나가려는 피해자를 뒤따라가 약 1분 동안 끌어안아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한 사안으로 성폭력처벌법 위반죄(주위적 공소사실)로 기소하였습니다[예비적 공소사실로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위계등추행) 기소하였습니다].
[원심]
「 피고인이 한 "만져달라", "안아봐도 되냐"는 등의 말은 객관적으로 피해자에게 아무런 저항을 할 수 없을 정도의 공포심을 느끼게 하는 말이라고 볼 수 어렵다. 피고인이 위와 같은 말을 하면서 피해자를 침대에 눕히거나 양팔로 끌어안은 행위 등을 할 때 피해자가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어서 피고인의 물리적인 힘의 행사정도가 피해자의 저항을 곤란하게 할 정도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는 사정을 들어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주위적 공소사실인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친족관계에의한강제추행)을 무죄로 판단하고, 아동· 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위계등추행)죄를 인정하여 유죄로 판결하였습니다.
피고인과 군검사 모두 판결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를 하였습니다.
[대법원]
1.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에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일 것이 요구되는지 여부
가. 대법원은 「 종전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에 관하여 이를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① 폭행행위 자체가 곧바로 추행에 해당하는 경우(이른바 기습추행형)에는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고 판시하는 한편, ② 폭행 또는 협박이 추행보다 시간적으로 앞서 그 수단으로 행해진 경우(이른바 폭행 ·협박 선행형)에는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는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이 요구된다고 판시하여 왔습니다(대법원 2011도8805 판결 등, 이하 폭행·협박 선행형 관련 판례 법리를 '종래의 판례 법리').
대법원은 본 전합판결에서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이 추행보다 시간적으로 앞서 그 수단으로 행해진 경우(이른바 폭행 ·협박 선행형)의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를 아래의 강제추행죄의 범죄구성요건과 보호법익, 종래의 판례 법리의 문제점, 성폭력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 판례 법리와 재판 실무의 변화에 따라 해석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성 등에 비추어 다시 정의하였습니다.
① 강제추행죄는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법익으로 하는데, '강제추행'에서 '강제'의 사전적 의미는 '권력이나 위력으로 남의 자유의사를 억눌러 원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시키는 것'으로서, 반드시 상대방의 항거가 곤란할 것을 전제로 한다고 볼 수 없고, 폭행·협박을 수단으로 또는 폭행·협박의 방법으로 동의하지 않는 상대방에 대하여 추행을 하는 경우 그러한 강제성은 구현된다고 보아야 한다.
②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인격권 및 행복추구권은 자기운명결정권을 전제로 하고, 그에 파생되는 성적 자기결정권은 개인의 인격과 불가분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 등을 바탕으로 사회공동체 안에서 각자가 독자적으로 성적 관념을 확립하고 이에 따라 사생활 영역에서 자기 스스로 내린 성적 결정에 따라 자기 책임 하에 상대방을 선택하고 성적 행위를 할 권리로 이해된다[헌법재판소 2002.10.31. 선고 99헌바40, 2002헌바50(병합) 결정, 헌법재판소 2006. 12. 28. 선고 2005헌바85 결정 등 참조].
여기에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성적 행위를 결정할 권리라는 적극적 측면과 함께 원하지 않는 성적 행위를 거부할 권리라는 소극적 측면이 함께 존재하는데, 강제추행죄를 비롯한 강간과 추행의 죄는 소극적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5도943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원하지 않는 성적 행위를 폭행·협박을 수단으로 또는 폭행·협박의 방법으로 하는 경우 그로써 강제추행죄의 보호법익인 소극적 성적 자기결정권은 침해된다.
③ 그런데 종래의 판례 법리는 피해자의 '항거곤란'을 요구하는 것으로 여전히 피해자에게 '정조'를 수호하는 태도를 요구하는 입장을 전제하고 있다고 볼 수 있고, 개인의 성적 자유 내지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현행법의 해석으로 더 이상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④ 또한 강제추행죄에서 '폭행 또는 협박'은 형법상 폭행죄 또는 협박죄에서 정한 '폭행 또는 협박'을 의미하는 것으로 분명히 정의되어야 하고,이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은 판례 법리와 재판 실무의 변화에 비추어 볼 때 법적 안정성 및 판결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하여도 필요하다.
즉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의 폭행·협박의 내용만으로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는다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피해자에게 미칠 수 있는 심리적 압박의 내용과 정도 등을 포함한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였으며(대법원 2006도5979 판결, 대법원 2022. 8. 19. 선고 2021도3451 판결 등 참조),
⑤ 근래의 재판 실무는 종래의 판례의 법리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의 행위가 폭행죄에서 정한 폭행이나 협박죄에서 정한 협박의 정도에 이르렀다면 사실상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라고 해석하는 방향으로 변화하여 왔다.
이러한 법원의 판례와 재판 실무는 강제추행죄의 보호법익의 변화를 반영함과 아울러, 종래의 판례 법리에 따른 현실의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자칫 성폭력범죄의 피해자에게 이른바 '피해자다움'을 요구하거나 2차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문제 인식을 토대로 형평과 정의에 합당한 형사재판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은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력할 것이 요구되지 아니하고, 상대방의 신체에 대하여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폭행)하거나 일반적으로 보아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협박)하는 것이라고 다시 정의하였습니다.
나. 어떠한 행위가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에 해당하는 지 여부는 행위의 목적과 의도, 구체적인 행위태양과 내용, 행위의 경위와 행위 당시의 정황, 행위자와 상대방과의 관계, 그 행위가 상대방에게 주는 고통의 유무와 정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 이와 달리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이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일 것을 요한다고 본 대법원 2017. 7. 26.선고 2011도8805 판결을 비롯하여 같은 취지의 종전 대법원판결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고 선고하였습니다.
2. 이 사안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여 「 ① 피고인은 피해자와 4촌 친족관계로 2014. 8.경 피고인의 주거지 방안에서 피해자의 학교 과제를 도와주고 있었다.
②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 내 것 좀 만져줄 수 있느냐?"고 물어 보았고, 피해자가 잘 못 들은 줄 알고 다시 말해보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자, 피해자의 왼손을 잡아 피고인의 성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③ 피해자가 이를 거부하며 일어나 집에 가겠다고 하자, 피고인은 "한 번만 안아줄 수 있느냐?"고 말하면서 곧바로 피해자를 양팔로 끌어안았고, 피해자가 뒷걸음질 치다가 침대에 넘어지자 피해자 위로 같이 넘어졌다.
④ 피고인은 침대에서 피해자의 위에 올라타 "가슴을 만져도 죄느냐?'고 물어 보았는데, 피해자가 겁이 나서 대답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자, 피고인은 오른손을 피해자의 상의 티셔츠 속으로 집어넣어 속옷을 걷어 올리고 피해자의 왼쪽 가슴을 약 30초 동안 만졌고 피해자를 끌어안고 자세를 바꾸어 피해자가 피고인의 몸에 수차례 닿게 하였다.
⑤ 피고인은 "이러면 안 된다. 이러면 큰일 난다."고 하며 팔을 풀어줄 것을 요구하고 방문을 나가려는 피해자를 뒤따라가 30초 이상 끌어안았다.
⑥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제1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제가 막상 그런 일을 경험하니까 진짜 말이 탁 안 나왔습니다. 옆방에 누가 있다는 것도 생각이 들지 않았고, 이제 무서워서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소리치거나 반항의 기미를 보이면 큰 일 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빠랑 성관계까지 할 거 같아서 무서웠습니다."라고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을 인정하면서,
앞서 본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에 관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건대, 「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은 방안에서 피해자의 숙제를 도와주던 중 피해자의 왼손을 잡아 자신의 성기 쪽으로 끌어당겼고, 이를 거부하고 자리를 이탈하려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피해자를 끌어안은 다음 침대로 넘어져 피해자의 위에 올라탄 후 피해자의 가슴을 만졌으며, 방문을 나가려는 피해자를 뒤따라가 끌어안았는 바,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신체에 대하여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여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것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주위적 공소사실인 성폭력처벌법 위반(친족관계에의한강제추행) 부분에 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한 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강제추행죄의 폭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고 판시하며,
다수의견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원심법원(고등군사법원)과 동등한 관할 법원인 서울고등법원에 이송하였습니다.
[결론]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인 폭행 또는 협박이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력할 것이 요구되지 아니하고, '상대방의 신체에 대하여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폭행)하거나 일반적으로 보아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협박)하는 것'으로 변경되어, 강제추행죄의 인정이 기존보다 강제추행죄의 피해자 보호에 더 충실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조문]
●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 아동· 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③ 아동· 청소년에 대하여 「형법」 제298조의 죄를 범한 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⑤ 위계(僞計) 또는 위력으로써 아동· 청소년을 간음하거나 아동· 청소년을 추행한 자는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예에 따른다.
● 형법
[참고판례]
● 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친족관계에의한강제추행) 판결
● 형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