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대구 여성변호사 김상화 입니다.
성범죄 사건을 심리할 때 '성인지적 관점'의 의미와 한계에 관한 주목할 만한 대법원 판결이 나와 아래와 같이 소개합니다[대법원 2024. 1. 4.선고 2023도13081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공중밀집장소에서의추행)].
다만 이 판결에서 쟁점사항이 많아서 여러 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오늘은 그 첫번째 쟁점인 「 '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의 판단기준 및 피고인이 장애인인 경우의 심리상 유의점」에 관하여 대법원 판결을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전체적인 진행상황]
피고인: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공중밀집장소에서의추행)으로 기소됨
1심 : 유죄 (서울동부지방법원 2022. 10. 20.선고 2022고정190 판결)
피고인이 불복하여 항소함.
항소심(원심) :항소 기각( 서울동부지방법원 2022노1401 판결)
피고인이 불복하여 상고함
대법원: 무죄 취지로 유죄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환송함.
[사실관계]
피고인은 자폐성 장애 등으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다음과 같이 범행하였습니다.
피고인은 2021. 6. 24. 23:15경 부산도시철도 1호선 서면역에서 다대포 해수욕장역으로 운행 중인( 전동차번호 생략)호 전동차에서, 피해자 공소외인(여, 19세)의 옆 자리에 앉아 피해자의 왼팔 상박 맨살에 자신의 오른팔 상박 맨살을 비비고, 피해자가 이를 피해 옆 좌석으로 이동하자 재차 피해자의 옆 자리로 이동하여 위와 같은 방법으로 대중교통수단인 전동차에서 피해자를 추행하였습니다.
[원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① 피고인의 지하철 내에서의 이동경로 및 신체적 접촉 정도 등에 관한 피해자 및 목격자의 진술 내용을 고려하면, 피고인 측이 제출한 소견서 등만으로는 자폐성 장애에 따른 '상동행동'으로서 추행의 고의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제1심 판결의 이유를 인용하면서,
② 피고인이 자폐성 장애 및 2급 지적장애인으로서 언어·사회성 등의 발달이 지연되어 사회적 관습과 규칙을 이해하고 내면화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2016년 실시된 피고인에 대한 심리 평가결과와 수사과정에서의 일부 질문에 대한 답변 내용에 비추어, 피고인의 지적 또는 의지적 상태가 자신이 한 행동의 사회적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의 상태에 해당한다고 볼 정도는 아닌 점,
③ 피고인이 피해자의 맞은편에 앉아 있다가 피해자 옆으로 옮겨 앉은 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한 점에 비추어 자폐성 장애로 인한 상동행동에 기인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추가적인 이유로 하여, 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피고인은 원심판결(항소판결)에 불복하여 상고를 하였습니다.
[대법원]
1. '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의 판단기준 및 피고인이 장애인인 경우의 심리상 유의점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 한다) 제11조의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죄'의 '추행'이란 일반인을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20. 6. 25.선고 2015도7102 판결 참조)
성폭력처벌법 제11조 위반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구성요건으로서 추행을 한다는 인식을 전제로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하므로, 피고인이 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따를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피고인의 나이· 지능· 지적능력 및 판단능력, 직업 및 경력,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구체적 행위 태양 및 행위 전후의 전황, 피고인의 평소 행동양태· 습관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하고, 피고인이 고의로 추행을 하였다고 볼 만한 징표와 어긋나는 사실의 의문점이 해소되어야 한다.
이는 피고인이 자폐성 장애인이거나 지적 장애인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서, 외관상 드러난 피고인의 언행이 비장애인의 관점에서 이례적이라거나 합리적이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고의를 추단하거나 이를 뒷받침하는 간접사실로 평가하여서는 아니 되고,
전문가의 진단이나 감정 등을 통해 피고인의 장애 정도, 지적· 판단능력 및 행동양식 등을 구체적으로 심리한 후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행위 당시 특정 범행의 구성요건 해당 여부에 관한 인식을 전제로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다는 점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에 이르러야 한다.
2.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 1)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추행의 고의를 인정한 가장 중요한 간접사실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따라간 것처럼 계속 자리를 이동하였다는 점에 있다.
그러나 이에 관해서는 "자폐성 장애로 인한 '빈자리 채워 앉기에 관한 강박 증상'의 발현에 불과하다."는 피고인의 주장 및 장애 상태와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발현 증상에 관한 이론적 근거도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 피고인은 자신의 자리 이동경로나 경위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반면, 피해자의 수사기관 및 법정진술에 따르면 '피해자의 맞은편에서 피해자의 바로 옆 자리로 이동하였다.'는 것이지만,
한편 목격자의 법정진술에 따르면 '피해자의 바로 옆 자리로 이동하였고, 그 직후 추행으로 보이는 행위가 시작되어 사진을 촬영하였으며, 피해자가 한 칸 옆으로 이동하자 다시 피해자의 바로 옆 자리로 이동하여 추가로 사진을 촬영하였다.'는 것이다.
나) 피해자 맞은편에 앉은 목격자는 피고인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여 사진을 2회 찍은 후 지하철에서 내리는 피해자에게 이를 교부하기까지 하였는 바, 피고인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이상하게 생각하였던 이유와 근거를 구체적으로 진술하였다는 점에서 그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할 수는 없다.
즉, '맞은편에 앉았다가 내 옆으로 이동하였다.'는 취지의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지 않더라도, 위와 같은 목격자 진술 내용까지 더하여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 바로 옆 자리로 이동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로부터 두 칸 떨어진 자리에 앉아 있었고, 이때까지 목격자는 피고인의 행동에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 피고인은 수사기관 이래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어릴 때부터 빈자리를 채워앉는 것을 교육받아 반복된 학습에 따라 자리를 옮겼을 뿐이다.'라고 주장하였다.
피고인은 약 10년 동안 동일한 정신과 의원에서 작성한 심리평가보고서· 소견서· 사실확인서 등 객관적 자료를 증거로 제출하였고, 이에 따르면 피고인은 2세 때 자폐성 장애로 진단을 받았으며 관련 법령상 지적장애로 인한 '중증장애인'에 해당한다.
자폐성 장애는 증상의 하나로 '정해진 절차를 고집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이라는 주된 특성과 관련하여 특정한 순서에 따른 행동이나 의례적인 행동에 융통성없이 집착하는모습으로 나타난다.
목격자 진술에 따르더라도,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두 칸 멀리 떨어진 자리에 앉았다가 두 사람 사이에 앉아 있던 학생이 내리자 곧바로 피해자 옆 자리로 당겨 앉았고,
이후 피해자가 다른 쪽 옆 자리에 앉은 사람이 내림에 따라 한 칸 옆으로 이동하자 피고인은 곧바로 피해자 옆 자리로 당겨 앉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피고인의 자리 이동방식은 자신의 일관된 주장은 물론 자폐성 장애의 특성이나 증상과도 정확히 일치하는 것으로 보이는 바, 검사가 피고인의 장애 정도와 지적·판단능력 및 행동양식 등에 관한 주장을 배척할 만한 전문가의 진단 등 객관적 증거를 전혀 제출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외관상 보이는 피고인의 자리이동방식이나 이동경로가 비장애인의 관점에서 이레적이거나 이상하더라도 그 행동이 '빈자리 채워 앉기에 대한 강박행동'일 가능성을 배제한 채 함부로 추행의 고의를 추단하거나 오히려 이를 고의에 의한 추행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사실로 인정하는 것은 형사 증명책임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
2) 피해자가 피고인이 상박 중 일부를 고의로 비볐다고 생각한 것은 자폐성 장애로 인하여 피고인도 의식하지 못한 채 별다른 의미 없이 팔을 위 아래로 움직이는 '상동행동'의 일환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가) 피고인은 피해자와 상박 중 일부를 접촉한 사실이나 팔을 비비는 행위를 하였는 지 여부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반면,
피고인이 팔을 비볐다고 생각한 이유에 대하여, 피해자는 '팔을 찌른다기보다는 그냥 돌린다고 해야 하나...'라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목격자 역시 '처음에는 팔 전체를 누르듯이 대고 있다가 위 아래로 비빈 것 같다.'라고 진술하였다.
또한 피해자와 목격자는 모두 공소사실 기재 당시에는 피고인을 자페성 장애인이나 지적장애로 인한 중증장애인으로 전혀 인식하지 못하였는 바,
그 이유에 대하여 '피고인이 외관상 비장애인인 성인 남성과 별다른 차이가 없을 뿐만 아니라 고개를 앞뒤로 왔다갔다 움직이는 자폐성 장애인의 행동 양태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나) 그러나 자폐성 장애의 특징 중 하나인 '상동행동'은 몸을 주기적으로 흔드는 등 특정한 행동을 반복적으로 되풀이하는 것인데, 이는 일정한 방식으로 나타나는 반복적인 운동으로서 사람마다 구체적인 형태· 양상 · 정도가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비장애인의 관점에서 특정한 유형의 상동행동이나 양태만을 전제한 후 피고인의 행동이 이와 다르다는 등의 이유로 상동행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하는 것은,
검사가 자폐성 장애인으로서 피고인의 평소 행동양태나 습성에 대하여 별다른 증명을 하지 않은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일관된 주장을 배척할 증거가 없음에도 함부로 추행의 고의를 추단하거나 이를 뒷받침 하는 간접사실로 평가한 것이 되므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고 판단하였습니다.
[결론]
「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의 판단기준」에 관하여 대법원은 성폭력처벌법 제11조 위반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주관적 구성요건으로서 추행을 한다는 인식을 전제로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하므로, 피고인이 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따를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피고인의 나이· 지능· 지적능력 및 판단능력, 직업 및 경력,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구체적 행위 태양 및 행위 전후의 전황, 피고인의 평소 행동양태· 습관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하고, 피고인이 고의로 추행을 하였다고 볼 만한 징표와 어긋나는 사실의 의문점이 해소되어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행위 당시 특정 범행의 구성요건 해당 여부에 관한 인식을 전제로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다는 점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에 이르러야 한다.」 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참고조문]
● 성폭력범죄의처벌에관한특례법
제11조(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 대중교통수단, 공연ㆍ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公衆)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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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판례]
● 대법원 2024. 1. 4.선고 2023도13081 판결
안녕하세요. 대구 여성변호사 김상화 입니다.
성범죄 사건을 심리할 때 '성인지적 관점'의 의미와 한계에 관한 주목할 만한 대법원 판결이 나와 아래와 같이 소개합니다[대법원 2024. 1. 4.선고 2023도13081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공중밀집장소에서의추행)].
다만 이 판결에서 쟁점사항이 많아서 여러 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오늘은 그 첫번째 쟁점인 「 '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의 판단기준 및 피고인이 장애인인 경우의 심리상 유의점」에 관하여 대법원 판결을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전체적인 진행상황]
피고인: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공중밀집장소에서의추행)으로 기소됨
1심 : 유죄 (서울동부지방법원 2022. 10. 20.선고 2022고정190 판결)
피고인이 불복하여 항소함.
항소심(원심) :항소 기각( 서울동부지방법원 2022노1401 판결)
피고인이 불복하여 상고함
대법원: 무죄 취지로 유죄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환송함.
[사실관계]
피고인은 자폐성 장애 등으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다음과 같이 범행하였습니다.
피고인은 2021. 6. 24. 23:15경 부산도시철도 1호선 서면역에서 다대포 해수욕장역으로 운행 중인( 전동차번호 생략)호 전동차에서, 피해자 공소외인(여, 19세)의 옆 자리에 앉아 피해자의 왼팔 상박 맨살에 자신의 오른팔 상박 맨살을 비비고, 피해자가 이를 피해 옆 좌석으로 이동하자 재차 피해자의 옆 자리로 이동하여 위와 같은 방법으로 대중교통수단인 전동차에서 피해자를 추행하였습니다.
[원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① 피고인의 지하철 내에서의 이동경로 및 신체적 접촉 정도 등에 관한 피해자 및 목격자의 진술 내용을 고려하면, 피고인 측이 제출한 소견서 등만으로는 자폐성 장애에 따른 '상동행동'으로서 추행의 고의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제1심 판결의 이유를 인용하면서,
② 피고인이 자폐성 장애 및 2급 지적장애인으로서 언어·사회성 등의 발달이 지연되어 사회적 관습과 규칙을 이해하고 내면화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2016년 실시된 피고인에 대한 심리 평가결과와 수사과정에서의 일부 질문에 대한 답변 내용에 비추어, 피고인의 지적 또는 의지적 상태가 자신이 한 행동의 사회적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의 상태에 해당한다고 볼 정도는 아닌 점,
③ 피고인이 피해자의 맞은편에 앉아 있다가 피해자 옆으로 옮겨 앉은 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한 점에 비추어 자폐성 장애로 인한 상동행동에 기인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추가적인 이유로 하여, 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피고인은 원심판결(항소판결)에 불복하여 상고를 하였습니다.
[대법원]
1. '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의 판단기준 및 피고인이 장애인인 경우의 심리상 유의점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 한다) 제11조의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죄'의 '추행'이란 일반인을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20. 6. 25.선고 2015도7102 판결 참조)
성폭력처벌법 제11조 위반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구성요건으로서 추행을 한다는 인식을 전제로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하므로, 피고인이 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따를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피고인의 나이· 지능· 지적능력 및 판단능력, 직업 및 경력,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구체적 행위 태양 및 행위 전후의 전황, 피고인의 평소 행동양태· 습관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하고, 피고인이 고의로 추행을 하였다고 볼 만한 징표와 어긋나는 사실의 의문점이 해소되어야 한다.
이는 피고인이 자폐성 장애인이거나 지적 장애인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서, 외관상 드러난 피고인의 언행이 비장애인의 관점에서 이례적이라거나 합리적이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고의를 추단하거나 이를 뒷받침하는 간접사실로 평가하여서는 아니 되고,
전문가의 진단이나 감정 등을 통해 피고인의 장애 정도, 지적· 판단능력 및 행동양식 등을 구체적으로 심리한 후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행위 당시 특정 범행의 구성요건 해당 여부에 관한 인식을 전제로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다는 점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에 이르러야 한다.
2.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 1)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추행의 고의를 인정한 가장 중요한 간접사실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따라간 것처럼 계속 자리를 이동하였다는 점에 있다.
그러나 이에 관해서는 "자폐성 장애로 인한 '빈자리 채워 앉기에 관한 강박 증상'의 발현에 불과하다."는 피고인의 주장 및 장애 상태와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발현 증상에 관한 이론적 근거도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 피고인은 자신의 자리 이동경로나 경위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반면, 피해자의 수사기관 및 법정진술에 따르면 '피해자의 맞은편에서 피해자의 바로 옆 자리로 이동하였다.'는 것이지만,
한편 목격자의 법정진술에 따르면 '피해자의 바로 옆 자리로 이동하였고, 그 직후 추행으로 보이는 행위가 시작되어 사진을 촬영하였으며, 피해자가 한 칸 옆으로 이동하자 다시 피해자의 바로 옆 자리로 이동하여 추가로 사진을 촬영하였다.'는 것이다.
나) 피해자 맞은편에 앉은 목격자는 피고인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여 사진을 2회 찍은 후 지하철에서 내리는 피해자에게 이를 교부하기까지 하였는 바, 피고인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이상하게 생각하였던 이유와 근거를 구체적으로 진술하였다는 점에서 그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할 수는 없다.
즉, '맞은편에 앉았다가 내 옆으로 이동하였다.'는 취지의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지 않더라도, 위와 같은 목격자 진술 내용까지 더하여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 바로 옆 자리로 이동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로부터 두 칸 떨어진 자리에 앉아 있었고, 이때까지 목격자는 피고인의 행동에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 피고인은 수사기관 이래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어릴 때부터 빈자리를 채워앉는 것을 교육받아 반복된 학습에 따라 자리를 옮겼을 뿐이다.'라고 주장하였다.
피고인은 약 10년 동안 동일한 정신과 의원에서 작성한 심리평가보고서· 소견서· 사실확인서 등 객관적 자료를 증거로 제출하였고, 이에 따르면 피고인은 2세 때 자폐성 장애로 진단을 받았으며 관련 법령상 지적장애로 인한 '중증장애인'에 해당한다.
자폐성 장애는 증상의 하나로 '정해진 절차를 고집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이라는 주된 특성과 관련하여 특정한 순서에 따른 행동이나 의례적인 행동에 융통성없이 집착하는모습으로 나타난다.
목격자 진술에 따르더라도,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두 칸 멀리 떨어진 자리에 앉았다가 두 사람 사이에 앉아 있던 학생이 내리자 곧바로 피해자 옆 자리로 당겨 앉았고,
이후 피해자가 다른 쪽 옆 자리에 앉은 사람이 내림에 따라 한 칸 옆으로 이동하자 피고인은 곧바로 피해자 옆 자리로 당겨 앉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피고인의 자리 이동방식은 자신의 일관된 주장은 물론 자폐성 장애의 특성이나 증상과도 정확히 일치하는 것으로 보이는 바, 검사가 피고인의 장애 정도와 지적·판단능력 및 행동양식 등에 관한 주장을 배척할 만한 전문가의 진단 등 객관적 증거를 전혀 제출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외관상 보이는 피고인의 자리이동방식이나 이동경로가 비장애인의 관점에서 이레적이거나 이상하더라도 그 행동이 '빈자리 채워 앉기에 대한 강박행동'일 가능성을 배제한 채 함부로 추행의 고의를 추단하거나 오히려 이를 고의에 의한 추행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사실로 인정하는 것은 형사 증명책임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
2) 피해자가 피고인이 상박 중 일부를 고의로 비볐다고 생각한 것은 자폐성 장애로 인하여 피고인도 의식하지 못한 채 별다른 의미 없이 팔을 위 아래로 움직이는 '상동행동'의 일환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가) 피고인은 피해자와 상박 중 일부를 접촉한 사실이나 팔을 비비는 행위를 하였는 지 여부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반면,
피고인이 팔을 비볐다고 생각한 이유에 대하여, 피해자는 '팔을 찌른다기보다는 그냥 돌린다고 해야 하나...'라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목격자 역시 '처음에는 팔 전체를 누르듯이 대고 있다가 위 아래로 비빈 것 같다.'라고 진술하였다.
또한 피해자와 목격자는 모두 공소사실 기재 당시에는 피고인을 자페성 장애인이나 지적장애로 인한 중증장애인으로 전혀 인식하지 못하였는 바,
그 이유에 대하여 '피고인이 외관상 비장애인인 성인 남성과 별다른 차이가 없을 뿐만 아니라 고개를 앞뒤로 왔다갔다 움직이는 자폐성 장애인의 행동 양태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나) 그러나 자폐성 장애의 특징 중 하나인 '상동행동'은 몸을 주기적으로 흔드는 등 특정한 행동을 반복적으로 되풀이하는 것인데, 이는 일정한 방식으로 나타나는 반복적인 운동으로서 사람마다 구체적인 형태· 양상 · 정도가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비장애인의 관점에서 특정한 유형의 상동행동이나 양태만을 전제한 후 피고인의 행동이 이와 다르다는 등의 이유로 상동행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하는 것은,
검사가 자폐성 장애인으로서 피고인의 평소 행동양태나 습성에 대하여 별다른 증명을 하지 않은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일관된 주장을 배척할 증거가 없음에도 함부로 추행의 고의를 추단하거나 이를 뒷받침 하는 간접사실로 평가한 것이 되므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고 판단하였습니다.
[결론]
「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의 판단기준」에 관하여 대법원은 성폭력처벌법 제11조 위반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주관적 구성요건으로서 추행을 한다는 인식을 전제로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하므로, 피고인이 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따를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피고인의 나이· 지능· 지적능력 및 판단능력, 직업 및 경력,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구체적 행위 태양 및 행위 전후의 전황, 피고인의 평소 행동양태· 습관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하고, 피고인이 고의로 추행을 하였다고 볼 만한 징표와 어긋나는 사실의 의문점이 해소되어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행위 당시 특정 범행의 구성요건 해당 여부에 관한 인식을 전제로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다는 점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에 이르러야 한다.」 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참고조문]
● 성폭력범죄의처벌에관한특례법
[참고판례]
● 대법원 2024. 1. 4.선고 2023도13081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