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판례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가 피고인의 주장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할 수 있는 지 여부

김변호사
2024-05-01
조회수 3449


안녕하세요. 대구여성 변호사 김상화 입니다.


성범죄 사건을 심리할 때 '성인지적 관점'의 의미와 한계에 관한 주목할 만한 대법원 판결이 나와 아래와 같이 소개합니다[대법원 2024. 1. 4.선고 2023도13081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공중밀집장소에서의추행)].


다만 이 판결에서 쟁점사항이 많아서 여러 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오늘은 그 두번째 쟁점인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가 피고인의 주장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할 수 있는 지 여부에 관하여 대법원 판결을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전체적인 진행상황]


피고인 :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공중밀집장소에서의추행)으로 기소됨

1심 :  유죄 (서울동부지방법원 2022. 10. 20.선고 2022고정190 판결)

피고인이 불복하여 항소함.

항소심(원심) : 항소 기각( 서울동부지방법원 2022노1401 판결)

피고인이  불복하여 상고함

대법원 : 무죄 취지로 유죄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환송함.


[사실관계]


피고인은 자폐성 장애 등으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다음과 같이 범행하였습니다.


피고인은 2021. 6. 24. 23:15경 부산도시철도 1호선 서면역에서 다대포 해수욕장역으로 운행 중인( 전동차번호 생략)호 전동차에서, 피해자 공소외인(여, 19세)의 옆 자리에 앉아 피해자의 왼팔 상박 맨살에 자신의 오른팔 상박 맨살을 비비고, 피해자가 이를  피해 옆 좌석으로 이동하자 재차 피해자의 옆 자리로 이동하여 위와 같은 방법으로 대중교통수단인 전동차에서 피해자를 추행하였습니다.


[원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① 피고인의 지하철 내에서의 이동경로 및 신체적 접촉 정도 등에 관한 피해자 및 목격자의 진술 내용을 고려하면, 피고인 측이 제출한 소견서 등만으로는 자폐성 장애에 따른 '상동행동'으로서 추행의 고의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제1심 판결의 이유를 인용하면서, 


 ② 피고인이 자폐성 장애 및 2급 지적장애인으로서 언어·사회성 등의 발달이 지연되어 사회적 관습과 규칙을 이해하고 내면화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2016년 실시된 피고인에 대한 심리 평가결과와 수사과정에서의 일부 질문에 대한 답변 내용에 비추어, 피고인의 지적 또는 의지적 상태가 자신이 한 행동의 사회적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의 상태에 해당한다고 볼 정도는 아닌 점, 


③ 피고인이 피해자의 맞은편에 앉아 있다가 피해자 옆으로 옮겨 앉은 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한 점에 비추어 자폐성 장애로 인한 상동행동에 기인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추가적인 이유로 하여, 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유지하여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였습니다.


[대법원]


1.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가 피고인의 주장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할 수 있는 지 여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헌법 제27조 제4항, 형사소송법 제275조의 2)


무죄추정의 원칙은 수사를 하는 단계뿐만 아니라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형사절차와 형사재판 전반을 이끄는 대원칙으로서,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오래된 법언에 내포된 것이며 우리 형사법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대법원 2017. 10. 31. 선고 2016도21231 판결 등 참조).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라고 정한 것의 의미는, 법관은 검사가 제출하여 공판절차에서 적법하게 채택· 조사한 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하여야 하고,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만큼 확신을 가지는 정도의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 공소사실을 증명할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는 것이다.


결국 검사가 법관으로 하여금 그만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로 증명하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의 의심이 가는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231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피고인이 유리한 증거를 제출하면서 범행을 부인하는 경우에도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여전히 검사에 있고,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배치되는 자신의 주장 사실에 관하여 증명할 책임까지 부담하는 것은 아니므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와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를 종합하여 볼때 공소사실에 관하여 조금이라도 합리적인 의심이 있는 경우에는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지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의 주장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공소사실에 관하여 유죄 판결을 선고하는 것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은 물론 형사소송법상 증거재판주의 및 검사의 증명책임에 반하는 것이어서 허용될 수 없다.


2.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 한편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자폐성 장애에 따른 상동행동으로서 추행의 고의가 없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은 물론 형사소송법상 증거재판주의 및 검사의 증명책임에 반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


가) 검사는 공소사실에 '피고인은 자폐성 장애 등으로 사물을 변별한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범행을 하였다.'라고 기재하였음에도, 피고인의 지적능력이나 판단능력에 관한 증거를 전혀 제출하지 않은 반면, 피고인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약 10년 동안 동일한 정신과 의원에서 작성한 심리평가보고서· 소견서· 사실확인서 등 객관적 자료를증거로 제출하였다. 


즉, 피고인이 위와 같은 증거를 제출하면서 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이상, 추행의 고의를 포함한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여전히 검사에게 있는 것이지, 피고인이 '추행의 고의 부존재 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피고인이 제출한 객관적 증거로 인하여 추행의 고의 존재 여부에 합리적인 의심이 있는 경우라면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지, 마치 피고인에게 '추행의 고의 부존재 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이 있는 것처럼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를 단지 부족증거로만 취급하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나) 특히 피고인은 피해자 바로 옆에 앉기 전부터 양팔 소매를 걷은 상태였기에 이와 같은  옷차림은 추행 행위와의 관련성을 인정할 만한 정황에 해당하지 않고, 목격자의 진술이나 판시 각 사진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 쪽에 치우치거나 피해자에 기대어 앉지는 않았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도 피고인의 체결에 비추어 상박의 일부가 맞닿은 상황 자체는 자연스러운 것이어서 팔을 맞닿게 하는 상황을 의도적으로 초래한 것은아니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공소사실 기재 행위 이외에 피해자에게 다른 언행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 사실상 공개된 장소에서 다른 승객들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추행행위를 시도한다는 것은 이례적인 경우라고 볼 여지도 있고,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에 따른 피고인의 장애 수준 및 지적능력(IQ 45)· 판단능력(사회적응능력 8세 6개월, 중등도 지체 수준)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특정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거나 이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되어


피해자와 서로 상박의 일부가 맞닿아 있는 상태만으로도 피해자에게 불편함 또는 성적 불쾌감을 일으킬 수 있음을 인식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볼 여지도 많아 보인다.


더욱이 자폐성 장애는 발달장애의 일종으로서 일반적인 연령 및 발달단계에 비추어 사회적 성숙이 더디게 진행됨에 따라 성적인 관심이나 행동이 없는 등 비전형적인 발달이 종종 나타나는데, 


피고인은 공소사실 기재 당시 약 15년 동안 수영선수로 활동하면서 약 8년 동안 수영강사로도 활동하고 있었으므로,


 다수의 사람들과 신체적 접촉이 빈번하게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수영장에서 훈련·수업 등으로 상당한 시간을 보내는 일상을 장기간 지속해왔기에 성적 관련성이 있는 부적절한 성향이나 언행이 쉽게 드러날 수 있었던 환경에 광범위하게 노출되어 있었음에도 이와 관련된 문제에 연루된 적이 잇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위와 같은 사정에 더하여, 검사가 피고인의 성적인 관심의 존부 및 정도, 성적 관련성에 대한 지적능력이나 판단능력 등 장애상태에 관하여 별다른 증거를 제출하지 않은 상황에서, 위와 같이 피고인에게 유리한 여러 정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함부로 추행의 고의를 단정할 수도 없다.」 고 판시하며,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단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 및 형사소송법상 증거재판주의 및 검사의 증명책임에 반한다고 볼 여지가 커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결론]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가 피고인의 주장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할 수 있는 지 여부에 대하여,


 대법원은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의 주장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공소사실에 관하여 유죄 판결을 선고하는 것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은 물론 형사소송법상 증거재판주의 및 검사의 증명책임에 반하는 것이어서 허용될 수 없으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와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를 종합하여 볼때 공소사실에 관하여 조금이라도 합리적인 의심이 있는 경우에는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다」

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참고조문]

● 성폭력범죄의처벌에관한특례법

제11조(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 대중교통수단, 공연ㆍ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公衆)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참고판례]

● 대법원 2024. 1. 4.선고 2023도13081 판결